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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사회 黑社會 Election 2005
    Cinema/China 2007. 8. 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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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A: Election
    Black Society
    Hak se wui
    Link
    감독: 두기봉 Johnnie To Kei-fung 杜琪峰

    록: 임달화Simon Yam Tat-Wah 任達華
    대두: 양가휘Tony Leung Ka Fai 梁家輝
    지미: 고천락Louis Koo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지루했다. 어디까지 지루할까? 생각하면서 봤고, PTU 기동부대의 경험이 있었기에 마지막의 어떤 한방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역시나 끝에 역전홈런 한방 날려주는 두기봉이었다.

    삼합회에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회장을 직계나 2인자에게 물려주는 승계의 방식이 아니라, 원로들의 지지를 통한 선출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회장으로 뽑힌 인물에게는 '용두지팡이'라는 신물이 주어지는데 이것은 회장의 증표이며 그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삼합회의 최고 간부들이 한꺼번에 체포당하면서 새로운 회장의 선출이 시작된다. 원로들은 막강한 두개의 조직을 이끄는 '대두(Big D. 양가휘)'와 '록(임달화)'를 후보로 선정한다. 이에 대두와 록은 각자 돈을 뿌리고 미끼를 던져가면서 회장이 되려는 일종의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용인된 타락금권 선거인 셈이다. 대의원격인 삼합회 원로들을 돈으로 끌어들이고 협박도 해가면서 점점 선거의 양상은 과열되기 시작한다.

    아래의 more에 있는 내용은 반전에 가까운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린다.


    Election Trailer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그 놈의 '용두지팡이'가 뭐길래? 이런 헛짓거리인가? 라고 혀를 차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권위 자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단지 형식적인 상징일 뿐인데도 삼합회의 모든 인물들은 목숨을 걸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이해가 안 가는 전개가 계속되면서 삼합회 간부들의 모습이 어떤 못난 인간들의 모습과 오버랩되기 시작하였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데, 우리 나라 정치판의 모습과 정말 닮지 않았는가? 대권을 둘러싼 주자들의 중상모략과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한 권모술수와 음모를 보면서 차라리 얘네들은 솔직하기나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대두와 록은 자신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 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보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권위를 쫓는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누구들 처럼 자신만이 모든 국민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식구는 내가 챙기겠다는 이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권력이다. 그것을 위해서 대두와 록은 합종연횡을 하며 모든 이를 속여가면서 두 사람만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 두명의 캐릭터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꾸며낸 완벽한 계획은 그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아니 알면서도 속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후보가 두명인데 그 두명이 손을 잡고서 피 튀기면서 싸우고 모든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반전이었다. 아주 놀랍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지루했지만 격렬했던 용두지팡이 쟁탈전이 최악의 사태에 이르지 않았던 것에 대한 타당한 설명으로 느껴졌었다.

    이들은 용두 지팡이가 가지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전통과 권위를 인정하는 척하면서 반발세력을 휘하에 끌어들이고 자신들의 권위를 드 높이면서 적대세력까지 파멸시키는 계략에는 솔직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위에서 일부정치권의 행태에 비유를 하긴 했지만 만약 저러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대부분 속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미 누군가가 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단지 머리가 나빠서 제살파먹기가 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따라서 '용두지팡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흑사회'를 이해하는 포인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용두 지팡이'는 지고한 권위의 상징이며 모두가 따라야 하는 '절대반지'에 준하는 가치를 삼합회 간부들은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용두지팡이'를 쥐고서 형제의 약속을 하고 변치않을 우정을 맹세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통성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장치이고 연출에 불과하다.

    '용두 지팡이'는 단순히 어떤 자리와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들을 이끌기 위한 효율적인 장치에 불과함을 영화는 묘사하고 있다. 굳이 억지성의 비유를 하자면 과거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에서 위정자들이 형식상의 투표(?)를 통한 대통령으로의 자리 이동과 다를바 없지 않을까? 후계를 약속하는 어떤 장면까지 비슷했다.[각주:1] '용두 지팡이'를 가진다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것이고 이제 확실히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지팡이가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남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이 '흑사회'에서 행해지는 용두지팡이 쟁탈전의 의미이며 지배체제 또는 정치체계가 가진 어떤 속성임을 상징하는 것 이다.

    글이 또 안드로메다 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다시 영화의 반전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첫번째의 쌈빡한 반전에 이미 만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가가 내 주요관심사 일수 밖에 없었다. 바로 여기에서 나는 두기봉의 진가를 PTU 기동부대에 이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두기봉의 작품을 난 지금까지 여전히 스타일리쉬한 영상에의 탐닉가로 인식하고 있었는 데 근래 본 그의 몇 작품을 통해서 그 말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내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는 이전에 내가 포스팅한 Exile 익사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포스팅을 확인해보니 부끄러워서 몰래 삭제해버리고 싶다. - PTU 기동부대 를 보고 느낀 것이지만 익사일을 다시 감상하고 포스팅을 수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느끼며, 글을 함부로 생각없이 퇴고조차 않은 채 올리는 나의 블로깅행태를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함부로 까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두기봉의 작품에서 처음 감탄한 것은 PTU 기동부대에서였는데. 일단 그 탐미적 영상미에 한방을 맞은 이후, A Hero Never Dies 더 히어로에서도 꽤 비틀린 시각으로 비꼬면서도 호의적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게 하는 영상미와 막판 뒤집기 장면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흑사회를 보면서 난 두기봉의 팬이 되어버렸다. 흑사회는 내가 보았던 그의 작품들과는 또 차별화 되는 것이 영상미를 은닉한체 티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화려한 영상미를 끊임없이 내뿜는 것이 아니라 절제되어진 색감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계속된 등장과 충돌로 영상을 관객들에게서 소외 시켜버린다고 느껴진다. 글로 표현하기가 참 애매하지만 다시 말해서 영상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장면 장면만을 따로 보게 되면 포스가 느껴진다는 어설픈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절반쯤 가버린 글을 다시 돌려야겠다. 내가 진정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두번째 반전 부분이니까.

    두번째 반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것이 조폭미화이야기가 아니란 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시달려온 후까시 홍콩 조폭영화를 비롯해 너무나 많은 범죄자들의 홍수 속에 오히려 친근하게까지 다가와버리는 조폭의 실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이 상징하는 어떤 집단의 실체 또한 그와 다를바 없다는 비판적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서이다. 록이 마지막에 보이는 행태는 바로 '인간미'를 상실하고 '이기'에 물든 채 어떠한 윤리와 도덕도 당당하게 무시해버릴 수도 있는 사악하고 위험한 '인간'의 어떤 모습을 비유하고 있다. 그 모습이 좋아서, 내 생각 또한 그렇기에,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혹시나 오해할까봐)

    다른 세계에 사는 다른 인간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려고 하는 용두지팡이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또 어떻게 휘두르게 할(될)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두번째 반전의 적나라하고 잔인한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러한 허접한 감상의 결과로 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덧 1- 두위봉을 예전에 유위강 맥조위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폄하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잘못되었음을 다시 인정합니다. ㅜㅜ;;
    • 덧 2- 이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글들은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포스팅하는 것이라. 당시의 정확한 내 감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각과는 당연히 다를 수 있다. 내 생각과 당시의 감상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판단은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아마도 앞으로 이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고 감상을 적게 되는 경우가 기대되면서 두려워지기도 하는 이유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판단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 블로깅을 통한 발전과 성장이라 여긴며 최소한 퇴보는 아닐 것이라 믿을 수 밖에 없다.
    • 덧 3- 스포일러를 숨긴다고 숨겼는데 글만 더 헛갈리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1. 내가 대통령이라는 최고직책에 비유를 하긴 했지만 단지 비유일 뿐이다.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가지는 무게와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과거의 어떤 경우에 대입해봐서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뭐 작금의 현실에서도 그리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지만 약간 다른 부분은 체제에 대한 비판 이전에 집권세력과 그 집단들의 인적리소스에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내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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