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덴젤 워싱톤 Denzel Washington
레이몬드: 리브 슈라이버 Liev Schreiber
엘리노어: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톰: 존보이트 Jon Voight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단 압도한다. 만츄리안 글로벌이라는 초국가적 기업의 거대음모 속에 희생되어가는 가치들을 깨닫고 그것을 분쇄하기 위한 한 병사의 이야기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걸프만 전쟁. 데저트 스톰등 미국이 정의를 수호한답시고 저지른 만행 속에는 상처입고 고통받는 병사들이 있다. 만약 그 병사들이 어떤 음모에 이용되어진다면,...
당시 대원들과 함께 정찰업무를 수행하던 벤은 갑작스런 적과의 교전에 정신을 잃고 부하인 레이몬드 하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하사가 혼자서 적들을 물리쳤으며 자신들을 구했다는 것과 그의 영웅적 행동에 감사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레이몬드는 하바드 출신에 백만장자이며,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 상원의원인 어머니 그리고 엄청난 부를 자랑하고 있는 프렌티스가의 상속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보병으로 참여하여 전쟁영웅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그는 뉴욕의 의원으로써 지난 10여년간의 공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이후 급기야는 부통령 후보에까지 지명된다.
벤은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과 이상한 꿈들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조사를 하면서, 만츄리안 글로벌이라는 엄청난 거대기업의 음모가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들이 실종되었던 3일간 모든 일은 조작되었으며 자신들이 세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음모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이후 내용은 생략..
덴젤워싱턴과 메릴스트립의 존재감이 없었다면 극의 재미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이런 거대음모이야기와 그에 부딛히는 개인, 즉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영화에서 너무 많이 접하게 됨으로써 관객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더 강렬한 자극과 반전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너무 익숙하다는 문제일뿐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솔직히 더 크다. 나이가 든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는 하지만 세월이 지날 수록 그 포스가 강해지고 또 유지하는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것을 실증하는 대표적인 배우가 메릴스트립이 아닐까 싶다.(남자배우들은 꽤 많다. 잭니콜슨, 알파치노...). 그리고 덴젤워싱턴이야 흑인배우로서 이런 위상을 가진 배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뭐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음모이론 속에 항상 존재해오는, 보통 'The Company'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조직이 드디어 이름을 갖추었다고나 할까? 만츄리안 글로벌이란 이름을 가진 거대조직은 음으로 양으로 자본을 움켜지고 세계의 모든 권력을 조정해 왔는데,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하면서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를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세뇌와 기억의 조작등을 통한 인간행동의 조종이 가능하다면 그들은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극 중에 나오는 'Cash is the King'이라는 말은 자본주의의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돈이 왕을 만들고 왕이 돈을 만드는, 그들만의 게임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세뇌당하고 조작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게임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그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왜곡 조작되어진 정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러한 상황들은 공각기동대의 SAC(Stand Alone Complex)KLoG를 유발하게 하는 전뇌화된 세상이나 Matrix의 세계속에서 갇혀 있는 모습들의 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식으로도 상상해보고 확장해 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는 피상적인 부분의 제거와 은폐로써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짐작은 하지만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는 막막함만을 보여준다. 남은 것은 상처받은 자뿐이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보는 즐거움은 있었으나 개운치 않은 답답함을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