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거미의 성 蜘蛛巢城: Throne Of Blood, 1957
    Cinema/Japan 2007. 10. 27. 23:5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을 지금까지 너댓편 정도 접해 보았는데 그의 영화를 보면서 항삼 느꼈던 것은 뛰어난 서사구조와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주제가 명확하면서도 무엇보다 재미 있다는 것이었다. 오즈 야스지로가 형식미, 이마무라 쇼헤이가 빼어난 통찰력과 상상력이라는 이미지를 내게 주고 있다면 아키라는 완벽한 구성과 오락성으로 기억되고 있는 셈이다. 아키라의 몇 작품만을 보고 그를 감히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몇 작품이 내게 준 인상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거미의 성이란 작품은 내가 접했던 이전의 영화들에 비해서는 왠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한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거미숲의 귀신과 부인인 아사지에게 휘둘려서 미쳐가는 와시즈의 모습에서는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욕망의 덧없음과 그 말로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소용돌이에 피동적으로 휩쓸려서 표류하는 가련함만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이전에 봤던 작품들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할것이며 귀신이라는 비현실적 존재가 욕망이 가지는 비극적 인과관계를 주도한다는 것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때문인 것도 같다. 그래서 약간의 실망어린 단편적 감상을 젖히고 조금만 더 생각 해보기로 했다.
    The Castle Of The Spider's Web
    蜘蛛巢城지주소성
    Director
      구로자와 아키라
    Cast
      와시즈; 미후네 토시로
      아사지; 야마다 이스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든 장군은 주군이 되기를 원한다는 말, Tears for Fears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라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영화이다. 거미의 성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1957년 흑백영화로 세익스피어의 Macbeth를 일본 중세 배경으로 옮겨서 만든 영화이다. 아키라 최고의 작품들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맥베드를 기반으로 한(희곡내용을 거의 반영하고 있지 않음에도)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맥베드를 본 적도 읽은 적도 없으므로 이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Throne of Bloodwikipedia에 따르면 아키라는 맥베드의 이야기 순서에 따라 영화를 전개하고 있지만 주인공인 와시즈는 맥베드보다 덜 사악하게 묘사되고 있는 반면 아시지는 맥베드부인보다 더 비열하게 묘사되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동지로 묘사되는 장군 미키는 희곡에서처럼 왕좌에 대한 위험요소로 인식되어 살해당한 이후 유령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희극에서의 Macduff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와시즈는 대결을 통한 최후를 맞이하는 대신 그의 부하들이 쏘는 화살들에 죽음을 맞이한다. 와시즈는 수많은 화살에 꿰뚫린 채 안개낀 대지에서 극적으로 쓰러진다.

    영화는 거미의 숲이라는 귀기어린 환상의 공간을 등장시켜 와시즈의 운명을 예견하며 배신과 기만의 함정을 파고 끝내는 그의 죽음을 이끌어 내고 있다라고 한다.



      아마도 내가 이해를 잘 못한 탓도 있겠지만 맥베드라는 작품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일천한 지식으로(이전에 봤던 현대를 배경으로 한 맥베드만을 떠올리고) 어줍잖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몀한 것 같다. 더구나 그 영화는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금붕어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던 영화는 거미의 성이란 곳에서 군주가 끊임없이 전장에서 전해지는 전령을 통하여 싸움의 향방을 전하면서 시작한다. 불리하던 싸움은 와시즈와 미키라는 두 장군의 활약으로 승리하게 되고 그들을 치하하기 위해 군주는 성으로 두 사람을 불러들이게 된다. 와시즈와 미키는 성으로 돌아오던 중 거미의 숲에서 길을 잃은 채 실을 잣고 있는 귀신을 만나 자신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와시즈는 거미성의 주인이 되며 미키는 1장군이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숲을 빠져나온 후 재미있는 꿈을 꾼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성에서 숲의 귀신이 예언한 것 처럼 승진을 하면서 가슴속에 욕망어린 갈등이 시작된다.

       예언대로 북쪽 성의 주인이 된 와시즈는 아내인 아사지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 아사지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와시즈를 욕망의 숲에 빠져들게 한다. 때마침 성으로 적들을 치기 위해 찾아온 군주를 아사지의 충동과 계략에 의해 살해한 와시즈는 미키의 도움을 얻어 스스로 군주가 된다. 그러나 피로 이어지는 추악한 욕망의 권좌는 아사지를 더욱 광기에 빠져들게 하고 미키마저 살해하게끔 한다. 와시즈는 자기도 모르게 감염된 추악한 욕망으로 인하여 귀신을 보게 되고 그 어느 것도 믿지 못하게 된다.

    와시즈의 광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또 다시 거미의 숲에 있는 귀신을 찾아가 최후의 싸움의 향방을 점치게 된다. 거미의 숲이 성으로 다가가지 않는 한 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대답을 듣게 된다. 성에서 고립된 채 다가오는 적들에 불안해 하는 부하들에게 예언을 말하며 승리를 장담하지만 오히려 이 것이 그의 최후를 비참한 최후로 이끌게 된다.

      서두에 언밸런스하다 느꼈다고 했는데, 여기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아사지의 광기어린 욕망에 비해 와시즈는 너무나 수동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밀하 와시즈는 아사지의 광기에 전염되어 이지를 잃고 미쳐가고 있을 뿐 아닌가?

       그는 친구를 잃고 아내를 잃은 후에야 자신에게 남은 것이 권좌뿐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와시즈가 욕망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의 추악하고 비참한 예정된 결말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욕망이라는 악마가 와시즈를 잠식하고 휘둘러 그의 피를 요구하고 있음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것은 아사지와 와시즈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동류로 인식했기 때문에 생긴 오독이라 느껴진다.   이것이 잘못된 이해의 시작이었으며 와시즈의 우유부단한 행동들에 거부감을 느끼고 답답함을 느끼게 된 이유이다. 아시즈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사악한 욕망을 감추지 않고 의심과 기만, 배신 월권등을 통하여 와시즈를 몰아붙이고 있다. 와시즈는 충성과 용맹을 겸비하고 있는 장군인데 이런 것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 망상을 해본다면, 실은 와시즈가 숲속의 예언을 들었을 때 이미 그는 욕망의 포로가 된 것이다. 아사지는 바로 그 거미 숲속의 귀신이 예언한 권좌에의 욕망을 구체화시키는 와시즈의 이중인격 또는 속마음으로 이해되어 질 수 있을 듯 하다. 욕망은 눈덩이 같아서 굴릴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배신과 기만으로 이루어진 욕망이 달려가는 파국속의 절망을 아사지와 와시즈는 표리부동과 표리일체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탐욕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장면들에 있어서 느낀 부조화들은,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장면[각주:1]으로 전개되는 아사지의 욕망이 와시즈를 집어 삼켜가는 생생한 장면들과 그래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전투씬, 대규모 군중씬과 소수의 인물만이 등장하는 장면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어서였다. 이러한 부분들은 욕망의 내적 갈등과 외적표출을 구분하는 것으로 원인에 따른 결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대조적인 표현을 통하여 와시즈가 미쳐가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미숲과 미키의 유령이 등장하는 부분에서의 광기표출이 정교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이 어설프게 꼬이고 제대로 설명이 안되고 있지만 끝까지 적어 본다면(어차피 이 따위 초벌의 무성의 한 글을 읽을 사람은 거의 없음을 알기에) 역시나 구로자와 아키라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역시나 치밀한 꽉 짜여진 구성과 전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뭐 거장의 이름에 눌린 호의어린 감상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하나 덧 붙인다면 미후네 토시로 보다 아사지 역의 배우 야마다 이스즈가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종종걸음으로 옷자락을 끄는 소리와 그 움직임은 어느 공포영화의 캐릭터들보다도 섬뜻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일본 전통 연극양식인 노(能)의 절묘한 융합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