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고스토 The Night of the Sunflowers, La Noche De Los Girasoles, 2006

AKA: Angosto /
The Night of the Sun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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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he de los girasoles, La in IMDB

감독: Jorge Sánchez-Cabezudo

꽤 잘 만들어진 영화긴 하지만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이유는 왠지 놀림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영화의 내용전개가 꼭 순차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사건과 사건 전, 후의 시간적 순서의 배열을 바꾸어 보여줌으로써 극이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에는 '아 이거였어' 하는 느낌을 주는게 아니라 '뭐야 이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이자 처음 나오는 장면인 해바라기 밭의 밤은  아마도 이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모든 것의 함축적의미를 가지공 있다. 어두운 밤속의 해바라기, 원치 않는 상황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해바라기는 당연히 해를 바란다. 그러나 밤에 해바라기는 무얼 하고 있을까? 무언가 하고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알 수는 없다. 만약 그 상황이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당연히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이 꼭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라는 말일까?

영화의 내용은 참으로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사건과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스포일러 투성이니 more에

누군가 깊은 밤 해바라기 밭에 무언가를 버리고 떠난다. 수상쩍은 놈이 외딴 마을에 들러 청소기를 판매하려고 한다. 여자들한테 관심이 많은 듯 하다. 그는 길을 가다가 어떤 매력적인 흑인여성을 발견하고 뒤를 쫓아서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여자는 큰 상처를 입는 듯하다.

바로 그 마을에서 새로운 동굴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동굴학자 에스테반이 도착하고 마을 사람들은 동굴이 마을에 도움을 줄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에스테반은 동굴탐사를 위한 장비를 기다리는데 아내인 가비가 장비와 함께 도착한다. 이들은 마을 청년과 함께 동굴로 떠나서 탐사를 하고 밖에서 기다리기로 한 가비는 나중에 그들을 데리러 오기로 한다.

동굴이 300m에 불과한 쓸모없는 사실을 알게된 에스테반은 밖으로 나와서 차 속에서 상처를 입고 있는 가비를 발견한다. 가비는 극도의 흥분과 공포에 질려 있는 상태. 마을로 돌아가던 일행에게 길을 걷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가비는 혼란 속에 그 남자 세실리오가 자신을 강간폭행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에스테반은 분노하여 세실리오를 폭행한다. 오해 속에 벌어진 사건은 세실리오의 죽음으로 결말지어진다.

무료한 일상 속에 무미건조하 생활을 하던 경찰 토마스는 연락을 받고 세실리오의 집으로 출동하게 된다. 오해가 발생시킨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접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무마하고 에스테반 일행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기로 한다. 이들은 현장을 정리하고 동굴의 깊은 곳에 세실리오의 시체를 은닉한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모스는 오늘도 세실리오와 한바탕 한 후, 가축을 돌보다 덫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세실리오의 짓이라 생각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가 발견한 것은 세실리오의 주검이었고 아모스는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여 경찰서로 찾아간다.
새벽에 불려나온 노경찰 아마데오는 아모스의 진술을 듣고 현장으로 가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토마스는 사건을 은폐하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아마데오는 계속해서 사건을 파고들고 자신의 사위인 토마스가 관계 되어 있음을 눈치챈다. 밤에 몰래 나가는 토마스를 미행한 아마데오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토마스가 받았던 돈을 불에 태워버린 후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해버린다.

이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해바라기 숲의 강간살인범은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나의 사건에  각각의 관점에 따른 생각들이 섞여들면서 모든 것들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것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접하고 어떻게 파악하고 행동하는 가라는 것에 대한 이기적이고 편리한 대답일런지 모르겠다. 어차피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어떻게 가공하고 위장하는 모습들은 해바라기가 어두운 밤에서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모습과 흡사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럼 강간당하고 죽은 여인을 감싸고 있는 건 해바라기 숲일까? 어둠일까?
어차피 드러나게 되지만 왜, 누가,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해바라기도 어둠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드러나 있는 사실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파악하고 이용하려고 할 뿐인 것 같다.

마지막 범인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사건이나 범인의 정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 하는 듯하다. 그럼 중요한 건 뭐지? 우리가 항상 밝히기를 좋아하는 사실과 진실의 의미는 각자에게 있어서 다 다른 의미를 가지는 듯 하다. 이게 인간의 본성인지? 이기심인지는 모르겠다.

꽤 독특한 구성과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전개와 편집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왠지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영화이다. 미스테리도 스릴러도 더구나 범죄영화도 아닌 일상속의 잔잔한 잔혹함을 본 것 같다. 아마 난 일상속의 잔인함을 이미 알고 있기에 거부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생각할 여지는 더 있지만 계속 늘어지는 듯한 글은 이만 줄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독특한 시간배열에 따른 편집과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강추되어질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영화이다. 단지 내가 이 영화가 좋아지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