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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년, 파리는 모든 행동이 감시되고 기록되는 미로와 같다.
아발론이라는 거대 기업이 건강과 젊음에 관한 모든 현대생활측면을
장악하고 있으며 사회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어느날 일로나라는 아발론의 젊은 천재과학자가 실종을 당하며
전설로 불리는 강력반 반장 카라스가 그녀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일로나를 찾으면서 밝혀지는 아발론과 그 지도부에 관한 진실들.
그것은 영생에 관한 비밀이었으며 40여년에 걸친 은폐와 추적
기저에 깔려 있는 생체실험과 그 피해자, 진실을 안 젊은 과학자의
욕심. 영생은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등. 아발론과 영생의 비밀에 관한
추적과 그에 따른 이야기들이다.
적어놓고 보니 꽤 괜찮은 소재이고 흥미 또한 있지만
영화의 진행 및 스토리 구성은 많이 딸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흑백으로 이루어진 만화영화는 비주얼적인 측면과
캐릭터, 배경, 동선들의 묘사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일단 부족한 내러티브구조는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얼마전에 보았던 Scanner Darkly(자세히 보진 못했다)가 실사에
디지털작업을 통해 만화적 영상을 구현했다면 오히려 움직임이나
캐릭터의 생생함은 이 흑백으로 이루어진 영상이 더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씬시티의 느낌을 주는 흑백화면에 광학미채 등 미래세계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공각기도애를 떠올리게도 하며(부분적으로)
생체실험과 캐릭터의 이름 등에서는 과거 2차대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독일식 이름과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면서
곁들이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생추구라는 화두에서
이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는 이렇다.
Without Death, Life has no meaning
굳이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죽음이 없이는 삶의 의미가 없다는 말은
이것 저것 생각을 하게도 한다.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죽여주는 비주얼에
흥미진진한 소재.
하지만 내용과 내러티브의 빈약함은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