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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틸 라이프 (三峽好人: Still Life, 2006)
    Cinema/China 2007. 5.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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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아 장 커 (Zhang Ke Jia)

    담배(烟) 술(酒) 차(茶) 사탕(糖)[각주:1]
    UFO가 삼협을 한바퀴 돈다.
    기하하적 모양의 건축물이 하늘로 발사되다.
    경극배우가 휴대용게임을 하다.
    발파되는 빌딩.
    외줄타기

    위의 말들은 단지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지문들 중 일부와
    뜬금없는 장면을 메모한 것이다.

    16년 전 도망간 아내를 찾으러 온 남자
    2년간 연락이 안되는 남편을 찾으러 온 여자.
    건설 중인 삼협댐.
    수몰되는 집들과 이주하는 사람들.

    내가 지아장커를 기억하는 것은 아마.
    소무와 세계때문일 것이다.
    소무는 그리 큰 감흥이 없었으며,
    세계는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또 이 작품이 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다.

    흐릿한 화면에서 뱃전에 앉아 있는 중국소시민들의 모습이
    그들을 옆으로 아주 느리게 Pan(맞는지는 모르겠다)하며
    조금씩 밝아지며 흐른다.
    너무나 현실적인 서술이며 어떤 과장도 없는 화면속에
    한 남자가 삼협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수몰지구의 주소를 가지고 아내와 딸을 찾으러
    온 것이다. 16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지라
    건물철거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을 찾기로 한다.
    그가 본 것은 곧 물에 잠길 건물들과 사람들이며
    아마도 중국의 과거의 어떤 잔재일 것이다.
    그가 보는 것은 그렇다고 미래도 아니다.
    단지 뜬 구름같은 허상을 쫓는 젊은이,
    평생을 펑지에에서 살아온 여관주인.
    그가 보고 싶은 것은 아내와 딸의 모습일 뿐이다.

    역시 배를 타고 오는 어떤 여자.
    그녀가 타는 배는 남자가 타고 오는 배보다는 좋아보인다.
    러닝셔츠 쪼가리를 입고 있는 남자보다 옷 또한 깔끔하다.
    끊임없이 물을 마신다. 남편을 찾으러 여기 저기 적극적으로
    돌아다닌다. 하지만 오히려 열정은 더 없어 보인다.
    그녀가 보는것은 삼협댐이 보여주는 어떤 미래일런지도 모른다.
    댐이 지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이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의 숙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년간 만나지 못했던 남편과 그녀는 이혼을 원한다.
    삼협댐을 배경으로 그들이 춤추는 모습은 이별을 의미했던 같다.

    남자는 건물을 허무는 일을 하면서
    아내와 딸을 계속 찾는다.
    주윤발을 좋아하는 아이는 철거현장의 부스러기들 틈에
    죽어서 발견된다. 그가 자랑하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내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가 처음 아내를 돈을 주고 사왔듯이
    또 다시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아내와 함게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삼협[각주:2]댐이 중국 역대지도자들의 국책사업이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 정도만 들어서 알고 있다.
    수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삼협의 아름다움도 훼손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삼협댐이 건설됨으로써 중국정부 아니 현대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위대하기만 한 자연의 모습과 인위적인 변경.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미약하기만 해 보인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은 같이 하나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감독은 정물화(Still life)를 보듯이
    또는 삼협사람들의 고요한 삶(Still life), 고요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삼협을 통해  응시하면서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와
    중국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왠지 뜬금 없이 보이는 괴비행물체와 건물의 발사장면은
    여자가 보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어졌다.
    마지막의 철거되는 건물사이를 외줄타기 하는 인영의 모습은
    삼협사람들과 삼협댐 그리고 자연에 대한 모습을 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조용하지만 명쾌한 비판과 지적.

    굉장히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과 인공적인 사운드 효과의 배제는
    영화를 극도의 현실로 인식케 한다.
     뜬금없다고 표현한 CG는 뭐라고 말해야 할런지 모르겠지만
     현실에는 환상도 존재한다는 게 아닐까? 미망이라고 할까.
    아니면 지금까지의 인간의 흔적인 건물들의 폐허를 통하여
    미래의 흔적일 삼협댐도 다르지 않을거라고 말하는 걸까?

    삼협댐 건설은 아마도 지금의 중국이 처하고 있는 모든 상황을
    상징할 수 있는 아이콘일 것이다. 위험하고 쉽지않고 미래를
    계획하지만 절대적인 확신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상황.
    그 속에서 변해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때는 환상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무와 세계보다는 내게 훨씬 와 닿는 작품.
    볼때는 몰랐는데 글 적다 보니 상 받을 만 했네 ^^

    1. 이 네가지의 의미는 중국인에게 있어 행복을 상징한다-네이버에서 참조했다. [본문으로]
    2. 산샤(三峽)는 길이가 무려 6,300km에 달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
      양쯔강 중상류의 세 협곡을 통칭하는 지명이다.중국 인민폐 10위안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 매년 되풀이되는 홍수로 가난이 세습되는 이 지역은 중국정부의 개발정책으로 거주민 113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유랑하게 되었고 수많은 유적지가 수장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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