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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순이 언니 - 공지영
    Book 2007. 11. 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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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는 이제 성인이 된 주인공이 어린시절을 함께 지냈던 언니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어 보게 된 책이지만 순식간에 다 읽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봉순이 언니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을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봉순이 언니는 상징적인 인물이며,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고맙게도 내게 여자로서 이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3세계, 식 민지에서 자란 지식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준, 모욕과 참담함 과, 절망이라고 이름짓고 싶었던 순간들을 베풀어주신 신”

    으로 여겨지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을 추억하고 또 잊고 있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쁘지 않은 용모에, 똑똑하지도 않은,  그러나 사람은 착하고 또 고집은 고래힘줄이 되기도 하는 봉순이 언니를 통해서 작가는 말한다.  아래의 말에서 묘사되어지는
    봉순이 언니 - 6점
    공지영 지음/푸른숲

         아마도 그때 알았어야 했으리라.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영원토록, 사람들은 누구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막다른 골목에 몰릴 지경만 아니라면,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그렇다고 이미 생각해온  것, 혹은 이랬으면 하는 것만을 원한다는 것을. 제가 그린 지도를 가지고 길을 떠났을 때, 길이 이미 다른 방향으로 나 있다면, 아마 길을 제 지도에 그려진 대로 바꾸고 싶어하면 했지, 실제로 난 길을 따라 지도를 바꾸는 사람은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

    삶이 변하고 따라서 사람들이 바뀌지만, 스스로 인식치 못하는 세상에서 볼때마다 안타깝지만, 외면하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도 봉순이 언니는 지독하니 멍청해보일 정도로 반복된 잘못을 행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의 실상에는 이런게 있는 건 아닐까라는 마무리를 한다.

           며칠전 전철에서 한 여자를 보았어. 내 맞은 편에 앉아 더러운 보따리를 끼고 졸고 있는 여자였는데… 가끔 잠에서 깨어나 여기가 어딘가 둘러보는 거야. 내 생각엔 아마 그 여자가 좀 정신이 나간 것 같았거든…
      냄새가 심하게 났는지 옆에 앉은 아가씨가 코를 싸쥐고 불쾌한 얼굴로 일어서더군. 어떤 살이 찐 중년의 신사가 염치를 무릅쓰고 그 옆에 앉긴 했는데 그도 피곤하지만 않다면 절대로 이런 여자 옆에는 앉아있고 싶지 않다는 그런 표정이었어… 그동안 전철은 내가 내릴 곳에 도착했어. 그러니까 사실 기회도 없긴 했던 거야. 게다가 내 인생이 요즘 얼마나 피곤해 있는 줄 엄마도 안다면… 그런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돌아봤을 때 놀랍게도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었어. 설마, 하는 눈빛으로… 희미한 확신과 놀라움과 얼핏 스치는 그토록 반가움…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 엄마…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녀의 얼굴이 가물거려서… 그래 그래서야, 삼십년이나 지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게다가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 같은, 게… 그 눈빛에서…

      스쳐 지나가는 만남속에서 보게된 희망. 그것을 어떻게 느낄것인가,  그 짧은 조우가 빚어내는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를 생각의 편린이, 가슴 깊이 소중했던 기억을 끄집어내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라 느껴졌다.

       작품을 정독하지 않고 속독하고 그에 대한 무언가를 적는 것은 분명히 실례인 것을 알지만 독서를 했다는 메모삼아 몇자를 끄적거려 본다. 봉순이 언니는 작가가 말했던 것 처럼, 당시 시대의 불합리함과 무지에 가득찬 세상의 희생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녀가 보다 나은 교육을 받았다면, 관심을 조금만 받을 수 있었다면, 사람들의 관념과 편견에 희생당하지 않을 환경이었다면 이라는 부분에서 체제비판적이고,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향을 인정은하고, 기본적 베이스라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정도에서만 이해하기로 했다. 페미니즘이나 체제비판적 논지를 전개할 역량이 부족한 이유로, 언뜻 떠오르는 생각들은 아래와 같은 간단한  감상이다.

    봉순이 언니는 화자의 어린시절인 짱아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었지만,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의 때가 타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은 바뀐다. 우직함은 미련 함으로,  순수는 멍청함으로 인식되어 관계는 바뀌어 나가고 서로를 망각하게 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 나에게 의미없고 부질없다 하여서, 그 상대방에게도 과연 그럴까 하는 것이다. 삼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는 모습들로,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 속에 분명한 희망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는 화자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느낀 단순한 감성적인 접근에서의  깨달음과 교훈적 메시지만으로,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봉순이 언니의 여전히 숨쉬고 있는 희망을 부러워 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아마  남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않고, 사회적 관습과 편견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가 나에긴 없기 때문일런지도. 비록 봉선이 언니가 스스로 맞서 싸우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과 미래는 봉순이 언니가 가진 것 같은 희망들로 굴러가기에, 누군가들이 아무리 망쳐도 아직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봉순이 언니의 희망이 그녀의 행복한 웃음으로 바뀔때 우리네 삶도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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