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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선언 1983
    Cinema/Korea 2007. 3. 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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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05






    이장호
    이보희
    김명곤

    바보동칠이와 육덕이의 사회탐구이야기.
    1980년대 초. 아마도 살기 참으로 힘들었을 시기였으리라.
    문화예술활동은 더 말 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 속에 어떤 정치적 의미라던지, 메시지를 내재한다는 것은 투쟁이었을 것 같다.

    한 때, 우리 문화예술계에는 검열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나 또한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난 한국에 왜 영화계의 거장이, 문화계의 거장이 드문가에 대한 의문을
    잠시 가진 적도 있었었다. 물론 다른 나라라고 해서 우리나라보다 나았으리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우리 나라 예술의 정체는 바로 검열이라는 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체가 아닌 급속퇴행을 초래한 그 검열은 정치권력의 수구의 한 방편이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바보선언을 보면서 영화보다는
    그러한 상황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슬퍼서라고 해야겠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흐릿한 국회의사당 앞에 웃통을 벗은 두 바보가 아이의 국어교과서를 읽는 듯한
    목소리를 통하여 고함치며 현실을 알리고 비판하고 있다. 그 시대에는 바보나 아이들 빼고는 저항을
    할 수가 없었었던 것이다. 오직 모자라고 어리석은 이들만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슬픈 고백이었으리라.

    이장호는 영화 초반부에 동칠에게 옷과 신발을 남기고 투신자살을 해버린다.
    동칠은 이뻐보이는 여대생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그녀를 가지기로 결심하고 택시운전사인 육덕과 모의를 한다.
    그러나 거센 저항에 굴복하고 만다. 왜냐구? 그들은 바보이고 쪼다이기 때문이다.
    짜증나는 애새끼의 목소리는 갑자기 여자의 힘이 세졌다고 한다.
    그 당시 힘센 여자는 하나밖에 없었다.
    턱쭈가리 말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스포츠밖에 없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그때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힘든 현실을 피할 도피구가 필요햇고
    정권은 프로야구를 이용한다. 사람들은 금방 거기에 열광해버린다.
    이보희가 보여주는 창녀의 캐릭터는 참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
    허영덩어리이기도 하고, 턱쭈가리의 아바타일 때도 있고, 상류층 퇴폐문화의 꽃으로서 희생되어지는
    제물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결국 이영화의 모든 것은 처음 감독의 죽음 장면과 마지막 국회의사당에서 빡큐를 외치는 바보들의
    소리없는 저항에서 다 표현된다고 여겨진다.

    왜 바보선언일까? 바보라고 선언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세상인 것이다.
    생각을 가지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바보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닐까?
    비록 당신이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솔직히 영화의 은유적 몇가지 표현의 외에 숨은 것들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 시대 영화를 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시대는 창작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의미와 표현의 은유와 은폐과정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영화자체로는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형식에서 감독의 비판의식 자체가 시작된다고 본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낙서와 유치한 그림들은 바로 영화 그 자체 표현의 외부적 제한에
    따른 것임을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위의 생각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할 여지가 전혀 없는 영화이다.
    이런 직접적인 비판적 영화가 어떻게 당시 개봉되었는지가 의문이기도 하다.
    이장호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가 계속 바보선언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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