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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밑줄 긋는 남자 Le Souligneur 1993
    Book 2007. 5. 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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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10여년 전에 산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아마도 한창 프랑스 소설 여러권을 볼 때인 것 같다.
    알베르 카뮈, 장그르니에의 저작물을 비롯하여
    중편소설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웃긴 건 내가 기억하는 카뮈와 그르니에의
    저작물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시지프스 신화, 전락, 구토, 섬 .... 이 정도만 기억이 난다.
    약간 슬퍼진다. 한 번 시간을 내서 책장 정리를 해야 할듯.
    하여튼 그즈음에  책읽어주는 여자와 함께 산 책인 것 같다.
    책읽어주는 여자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카롤린 봉그랑은 이 책이 두번째 작품이며 당시 20대의
    젊은 작가였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작품을 더 만들었는지는
    모르겟지만 아주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콩스탕스는 로망 가리(Roman Gary)라는 특이한 작가에 심취해
    그의 모든 저작 31권을 매년 1권씩 읽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여섯 작품을 읽었다. 그녀는 쉰이 넘은 이후에 읽을 것이
    없음을 깨닫고 노후대책으로 도서관에서 다른 책에 취미를
    붙여보려고 한다. 거기에서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듯한
    밑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밑줄들은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하며
    유혹하는 듯하다. 그녀는 밑줄그은 남자와 도스토예프스키, 앙드레 지드
    등의 작품을 통하여 그와 대화를 하고 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 연인 클로드를 만나게 되고
    젊은 날의 사랑을 하게 되며 미래를 살아가게 된다.
    클로드는 그녀의 기이한 밑줄 대화를 눈치채고 밑줄긋는 남자를
    사칭하여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그것이 실패한 이후
    밑줄긋는 남자를 찾는 콩스탕스를 도와주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이상으로 밑줄긋는 남자를 찾는 것에 열심이게 된다.
    콩스탕스가 거의 포기한 이후에 현실에 눈을 돌릴때도
    그는 끝까지 미지의 남자를 찾는 역할이다. 그렇다고
    비극적인 두 남녀의 애정파탄은 아니다.
    둘은 잘 먹고 산댄다.

    결국 콩스탕스와 밑줄긋는 남자 그리고 클로드의 소통은
    책을 읽고 밑줄을 통하여 대화를 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지는 듯
    하다. 밑줄들이 콩스탕스와의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든,
    의미없는 낙서이던 관계없이 그 밑줄들은 콩스탕스와의
    지속적인 소통의 형태를 띄게 된다.

    콩스탕스가 찾는 것은 밑줄긋는 남자였었다.
    마지막 그녀가 원하는 사랑은 밑줄 긋는 남자가 아니다.
    밑줄 긋는 남자는 그녀의 존재를 지속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가치체계 또는 매개였음이다.

    책으로 대표되어지는 문학작품들을 읽는 방법,
    감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한 형태를
    이 작품은 묘사하고 있다고 느꼈다.
    작품을 읽고 느끼고 표현하는 일견 전통적인 방법에서가 아니라.
    책을 통하여 직접적 소통을 하며 느끼고
    마치 살아있는 인간적 관계로써 콩스탕스는 밑줄을 인식한다.
    그것이 그녀만의 착각이던, 사실이던 관계없이 말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클로드는 그녀의 연인이 되지만
    그것이 결과는 아니다. 책이 줄수 있는 것은
    당신을 성장시키고, 되돌아보게 하며
    그 소통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 않을까?
    콩스탕스가 밑줄긋는 남자를 찾듯이 말이다.

    작품을 읽고서는 전에 읽은 '바람의 그림자' 란 책을 떠올렸다.
    그 작품이 책과 문학에 대한 일종의 경건한 헌사이듯이
    이 작품 또한 책과 문학에 대한 경쾌한 헌사라고 느낀다.
    더불어 마치 지금의 인터넷 저작물의 댓글감상과 같은 식으로
    피드백을 하듯이 말이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을 네트웍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
    더욱 와닿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 중에 나오는 프티로베르 사전 126페이지 세번째 단어
    attestation 아떼쓰따시옹
    증거로써 사물을 밝히는 행위,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의 실상이나 존재를 증언하는 행위,
    cf/ 확인 보증 언명 증언 증거 징표

    1973년판 프티로베르 사전 126페이지 세번째 단어는
    Attendu(e)아탕뒤
    Attendu, e: 기다리는, 기다리던......,(변화없이 전치사로 쓰여)
    ....때문에, ......에 비추어
    *Attendu que : ---이기 때문에, ---임에 비추어

    위에 나오는 단어의 설명이 단적으로 이 작품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증거로써, 확인의 과정으로써 시작된 책읽기의 과정과
    추적은 아무런 결과도 없어보이지만 그녀는 연인을 찾았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많은 관계들을 생성해낸 것이다.
    ----이기 때문에 --- 임에 비추어 말이다.

    위의 단어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을 듯.
    사전의 판형과 버전에 따른 단순한 차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거다 소통이란 건 오해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가치를 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한 것이다.

    뭐 허접하긴 하지만 이만 줄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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