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고스토 The Night of the Sunflowers, La Noche De Los Girasoles, 2006
AKA: Angosto /
The Night of the Sun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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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he de los girasoles, La in IMDB
감독: Jorge Sánchez-Cabezudo
꽤 잘 만들어진 영화긴 하지만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이유는 왠지 놀림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영화의 내용전개가 꼭 순차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사건과 사건 전, 후의 시간적 순서의 배열을 바꾸어 보여줌으로써 극이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에는 '아 이거였어' 하는 느낌을 주는게 아니라 '뭐야 이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이자 처음 나오는 장면인 해바라기 밭의 밤은 아마도 이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모든 것의 함축적의미를 가지공 있다. 어두운 밤속의 해바라기, 원치 않는 상황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해바라기는 당연히 해를 바란다. 그러나 밤에 해바라기는 무얼 하고 있을까? 무언가 하고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알 수는 없다. 만약 그 상황이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당연히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이 꼭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라는 말일까?
영화의 내용은 참으로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사건과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스포일러 투성이니 more에
그럼 강간당하고 죽은 여인을 감싸고 있는 건 해바라기 숲일까? 어둠일까?
어차피 드러나게 되지만 왜, 누가,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해바라기도 어둠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드러나 있는 사실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파악하고 이용하려고 할 뿐인 것 같다.
마지막 범인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사건이나 범인의 정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 하는 듯하다. 그럼 중요한 건 뭐지? 우리가 항상 밝히기를 좋아하는 사실과 진실의 의미는 각자에게 있어서 다 다른 의미를 가지는 듯 하다. 이게 인간의 본성인지? 이기심인지는 모르겠다.
꽤 독특한 구성과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전개와 편집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왠지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영화이다. 미스테리도 스릴러도 더구나 범죄영화도 아닌 일상속의 잔잔한 잔혹함을 본 것 같다. 아마 난 일상속의 잔인함을 이미 알고 있기에 거부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생각할 여지는 더 있지만 계속 늘어지는 듯한 글은 이만 줄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독특한 시간배열에 따른 편집과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강추되어질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영화이다. 단지 내가 이 영화가 좋아지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