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The Aura, El Aura, 2005
AKA: The Aura, Avra I(Greece Dvd title)
이 작품은 감독인 벨린스키의 두번째 작품이자 유작이다. 그의 첫 작품은 아홉 여왕들Nueve reinas (2000)imdb이다.
감독: Fabián Bielinsky
에스테반 에스피노자 Esteban Espinosa:
Ricardo Darin 히카르도 다린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자신을 떠나버리고 없다. 기분을 전환하고자 친구인 손탁과 함께 사슴사냥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박제사이고 공상속의 범죄천재이긴 하지만 동물을 죽여본 적이 없는 에스테반은 그로 인해 손탁과 가벼운 말다툼을 한 후 숲속을 헤메다 발작으로 인하여 쓰러진다. 깨어난 그는 사슴을 발견하고 총을 쏘려다 순간적으로 앞에 보이는 뭔가에 총을 쏘게 된다. 총에 맞은 것은 사람으로 그가 묵고 있는 산장의 주인 디트리치였다. 당황한 그는 그의 휴대폰만을 챙긴채 정신없이 산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손탁은 아내의 자살미수로 인하여 먼저 돌아간 후, 홀로 산장에 남게 된 그는 디트리치가 계획하고 있던 현금강탈계획을 알게 되면서 그 계획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게 된다. 하나씩 디트리치의 계획을 확인하고 점검하면서 디트리치가 불러들인 사람들과 같이 범죄를 실행하게 되는데, 미처 그가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디트리치의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박제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들고온 검은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꽤 긴 러닝타임에 간단한 이야기면서도 그렇게 지루하지가 않다. 사슴사냥을 하려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후 범죄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여 놓게 되지만 며칠간의 피가 낭자한 사냥여행에서 그는 일상으로 조용히 돌아온다. 이 영화는 오션스 시리즈 처럼 범죄의 성공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치밀하게 계획되긴 하지만 그가 주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이끌려 가면서 자신도 모를 충동으로 멍하니 따라간다. 그가 계획을 실행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언뜻 망상속의 범죄를 실행하는 것에 불과할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이 죽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와도 너무나 태연하게 행동한다. 단지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에스테반이 데려온 개 한마리가 전부일 뿐이다. 그럼 이 모든 건 에스테반의 망상일까? 실제일까? 이러한 의문은 에스테반이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던 양아치를 처리할 때, 마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하듯 상황 그대로 흘러가는 장면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영화는 에스테반의 시각에서 주로 흘러가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각자의 사정을 조금씩 가지고 있으며 그 사정이 서로 부딪히면서 전개된다. 떠나기를 원하는 사람, 돈을 원하는 사람, 자신의 생명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등. 에스테반과 달리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모든 상황에 따른다. 거기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사람인 에스테반은 바라는 것이 없다.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거의 언급되질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현실인지 환각인지가 더욱 애매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의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 사건 속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에스테반만이 있을 뿐이다. 에스테반에 몰입치 못하게 하지만 그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전개구조를 가지면서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을(이미 뻔한데도) 가지게 하는 볼만한 영화이다.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히 매치되는 독특한 색감과 에스테반의 상태에 따른 그 질감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화면은 훌륭했다는 생각이다.(전문가가 아니라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에스테반의 캐릭터 설정과 그것을 소화해낸 히카르도 다린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