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지 않은 잔잔한 여운을 주는 영화이다. 말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여럿 접한 기억이 있는데, 그 영화들에 비해서 특출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다른 영화들이 감동을 주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눈에게 바라는 것이란 이 영화는 일상속에 존재할 수 있는 드라마들을 있는 그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반에이(Ban'ei)Wiki 라는 일본의 토종말이 눈썰매를 끌고 경주를 하는 독특해 뵈는 경마를 소재로 가족의 정과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포기하거나 버렸던 것들이 실제로는 더욱 소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리라. 자신을 부정했던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한 마리 말을 통하여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되찾는 모습을 잔잔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나부'는 반네이경마에서 '운류'라는 경주마에 가지고 있던 푼돈까지 걸어보지만 빈털털이가 된다. 그가 찾은 곳은 반네이 경마용 말을 키우고 있는 형 '타케오'의 마사馬舍이다. 도쿄에서 하던 사업이 망하자 도피해온 마나부에게 타케오는 월급 8만엔의 잡일을 맡긴다. 마사의 일을 하면서 자신이 돌보게 된 '운류'에게 정성을 쏟게 되는데, 경주성적이 좋지 않아 곧 말육회로 변신할지도 모를 '운류'에게서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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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부가 돌보면서 운류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는 듯하다. 그러던 중, 잊고 있었던 어머니가 계신 양로원에 찾아간 마나부는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의 상태에 충격을 받는다. 결혼식에서 조차 어머니를 부정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들을 자랑하는 어머니가 이제는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자신이 살아왔던 방법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는 마나부. 부질없는 짓일런지 모르지만 곧 은퇴하게 될 운류에게 더욱 정성을 쏟게 되는데, 정성이 하늘에 통했는지 운류가 올해의 마지막 경주에 참여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기회를 얻은 듯 기뻐하는 마나부와 사람들.
내년에도 같이 일하기를 권하는 형에게 마나부는 토쿄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먼저 사과를 한 후 새로운 시작을 할 계획이다.
드디어 반에이 경마의 마지막날. 마나부는 지붕위에 눈덩이를 올려놓으며 운류와 자신의 성공과 재기를 기원한다. 운류는 레이스를 이기게 되고, 마나부는 도쿄로 떠난다.
.지붕위에 올려진 눈뭉치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듯한 암시를 남기며 영화는 끝이난다. (지붕위의 눈뭉치를 올려두는 것은 영화내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바램을 나타낸다)
- 말에 관한 영화들로는 각설탕, Dreamer, Seabiscuit 등이 있는데, 이 영화들과 눈에게 바라는 것의 공통점이라면 이제는 힘이 떨어져 은퇴를 앞두거나 정상적이지 못한 말들이 다시 경주를 하게 되면서 뭔가를 성취해나 간다는 설정에 있는 것 같다. 경주나 경쟁을 통한 전개에 있어서는 그것이 가장 손쉬운 감동포인트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말했던 것 처럼 각설탕이 영화의 표절이다라는 말은 동의하기 힘들다. 이런 정도가 표절이라면 비슷한 포맷의 영화들은 모두 copy & paste에 불과하다. 그리고 Seabiscuit의 경우에 기억이 정확치 않아서 제외하고서, 어떤 영화가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각설탕, Dreamer보다는 이 영화가 나은 듯하다.아래 more는 작년에 각설탕을 보고 메모해 둔 짧은 감상.
각설탕(2006) 임수정 유오성
임수정의 연기가 꽤 괜찮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영 아닌 것 같다. 캐릭터와 전혀 하나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눈 동그랗게 뜨고 소리지르고 운다고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반해 유오성의 연기는 역시 수준급이다. 캐릭터 자체의 한계로 인해서 그리 눈에 뜨이지는 않지만 완벽하게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연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영화에 대해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말과 사람,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감동을 줄수 있는 요소와 극적 구성요소를 제대로 배치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단지 대립과 감상만이 있을 뿐 말과 사람에 대한 감성이 부족하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결국은 신파일 뿐이다. 단지 동물에 관한, 경마에 관한 이야기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은 인정한다. 그러나 Seabiscuit은 물론, dreamer에도 훨씬 못 미친다.